롯데케미칼, 사업 체질 전환 승부수...신공정 기술 위기감 여전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12-30 14: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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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 통합·스페셜티·신에너지 중심 재편
중동 COTC 등 신기술에 가격 경쟁력 위기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롯데케미칼이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감축과 스페셜티·미래 소재 확대를 축으로 사업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과 유가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데다, 중동의 COTC 공정 상용화와 미국·중국의 대체 원료 기반 석유화학 기술 확산 등 글로벌 경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체질 개선 성과를 얼마나 신속하게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신에너지 중심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 회사는 대산공장을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고 여수산단에서는 한화솔루션 등과 협력해 NCC(나프타분해설비) 감축을 추진하며, 율촌에 연 50만 톤 규모의 컴파운드 공장을 세워 모빌리티·IT용 고기능성 소재 사업을 강화한다.  
 

 롯데케미칼 [사진=롯데케미칼]

또 전지용 초극저조도 동박과 반도체용 TMAH 생산 확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가동 등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파키스탄·일본 등 해외 자산 매각으로 약 1조7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 재무 건전성을 높이며 신사업 투자 여력을 확충했다.

이처럼 회사는 스페셜티 비중 확대를 통해 제품 마진 개선과 시황 변동성 완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업 구조 전환과 별개로 재무적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후 연간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도 분기 기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고, 자금 조달 비용 부담도 확대된 상태다.

하지만 석유화학 전문가들은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근본 원인으로, 대외 변동성에 취약한 나프타 분해 공정(NCC)의 비효율적인 마진 구조를 지목한다
나프타는 탄소수 6~12 수준의 탄화수소 혼합물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된다. 나프타를 분해하는 NCC 공정을 통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플라스틱의 핵심 단량체가 만들어지며, 이를 기반으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이 생산된다.

이 때문에 나프타 가격은 곧바로 석유화학 기업의 원가 구조와 직결되며, 국제 유가 변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문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일한 NCC 설비와 동일한 제품이 대규모로 증설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구조적인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증설 이후 가격 경쟁을 통해 물량을 소화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시황에서 덤핑 수준의 가격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개별 기업의 원가 절감이나 생산성 개선만으로는 수익성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과거 시황 호조기에 생산능력을 확대해 놓은 상태여서, 공급 과잉 국면에서 감산 없이 버텨야 하는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경쟁국에서 나프타 분해 공정시 발생하는 원가를 대폭 줄이는 기술이 등장하는 것도 잠재적인 위협 요소이다.

중동에서는 원유에서 나프타 추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COTC 공정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미국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에탄 크래커(ECC)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역시 석탄을 원료로 하는 CTO 공정을 통해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대체 공정들은 NCC에 비해 원가 경쟁력은 분명히 앞서 있지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군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있다”며 “그러나 여기서 원가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에는 전통적인 나프타 분해 중심의 사업 구조가 장기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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