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N뉴스=정동환 기자] 따스한 봄기운이 만연해지면서 야외 활동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다. 공원이나 놀이터, 유원지 등 공공장소에는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행객들로 붐비기 마련이며 성인들이 타인의 자녀나 어린아이들을 마주하는 빈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 때,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친근감의 표시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등을 잡는 등의 가벼운 신체 접촉을 시도할 경우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예뻐서 그랬다’는 변명이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을지 몰라도, 현대 사회의 법적 기준과 성 인지 감수성은 과거와 판이하게 다르다. 본인의 의도가 순수한 호의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이나 보호자가 거부감을 느낄 경우,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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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YK 전주 분사무소 김경태 변호사 |
많은 이들이 강제추행 범죄를 떠올릴 때 가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은밀한 장소에서 성적인 목적을 가지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만을 국한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판단하는 강제추행의 범위는 대중의 일반적인 인식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제추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
특히 ‘기습 추행’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별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신체 접촉은 그 자체로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즉, 귀엽다는 이유로 아이의 볼을 꼬집거나 손을 잡는 행위 역시 상대방의 동의가 없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강제추행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대중들의 오해 중 하나는 접촉 부위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성기나 가슴 등 성적으로 민감하다고 여겨지는 부위가 아니라면 범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신체의 특정 부위에 집착하기보다 ‘해당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어깨, 손등, 머리카락, 볼과 같이 일상적인 부위라 할지라도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되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
만약 피해 대상이 만 13세 미만의 아동이라면 사안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 경우 일반 형법이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어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 아동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되므로 가해자의 주관적인 의도가 성적인 목적이 아니었다는 항변은 법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단순히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거나 안아 올리는 행위조차 아동에게는 위협적이거나 불쾌한 경험이 될 수 있으며, 보호자가 이를 목격하고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수사 기관은 이를 성범죄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형사 처벌 외에도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성교육 이수 명령 등 다양한 보안처분이 병과된다.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성범죄 전과가 남는 순간 기존의 경력을 모두 상실하게 될 위험이 크다. ‘잠깐의 실수’나 ‘오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도 가혹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신체 접촉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법무법인 YK 전주 분사무소 김경태 변호사는 “최근에는 부모들이 자녀의 신체 주권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기에 낯선 성인의 접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방어 기제다. 이를 두고 ‘야박하다’거나 ‘정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법원은 아동 대상 사건에서는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엄중한 책임을 묻는 추세이기에 신체 접촉과 관련된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초기부터 신중하게 대응하여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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