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유 범위 놓고 충돌…연구개발 유인 저하 우려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방산 입찰의 본질을 흔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 자료가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제공되면서 기술 경쟁 중심이던 구조가 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보 비대칭 해소와 영업비밀 보호 사이의 균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0민사부는 지난 8일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RFP) 배포 중단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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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 VS 한화오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수주전 [사진=연합뉴스] |
재판부는 영업비밀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문제가 된 14개 항목의 자료를 직접 제출받아 검토하기로 했으며, 한화오션 역시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재판에 합류한 상태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방사청이 KDDX 상세설계 입찰을 진행하면서 기본설계 수행업체인 HD현대중공업의 자료 약 170건을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제공한 데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가운데 일부가 최신 공법과 생산 공정, 장비 사양 등 핵심 기술이 포함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자료가 경쟁사에 공유될 경우 입찰 전략과 기술적 강점이 사전에 노출돼 공정 경쟁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방사청은 입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기본설계 수행업체와 경쟁사 간 정보 격차를 줄여야 상세설계 완성도와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맞서는 배경에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둘러싼 시각 차이가 자리한다. 방사청은 설계 경험이 없는 업체의 불리함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업 측에서는 이를 사실상 경쟁사의 기술을 사전에 열람하는 구조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의계약 관례에서 지명경쟁입찰로 전환되며 방산 입찰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쟁입찰 전환이 단순한 제도 변경이라기보다, 과거 KDDX 설계 자료 유출 사건 이후 제기된 공정성 논란을 반영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경쟁 방식 변화와 함께 ‘정보의 범위’까지 확대됐다는 점이다. 경쟁사 설계 데이터를 사전에 일부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기술력 자체보다 정보 접근성이 입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기업이 자체 투자로 축적한 기술까지 공유 대상에 포함될 경우 연구개발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경계선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가 영업비밀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방산 입찰에서 허용되는 정보 공유의 범위가 사실상 정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KDDX 사업을 둘러싼 이번 논쟁은 단순한 입찰 방식의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무게를 더한다.
경쟁 구조 왜곡으로 인해 최적의 함정이 선정되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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